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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hotboat
subject       환기
요새 둘째 시호가 태어나고 아내는 조리원에 가있고... 어쩌면 정말 내 인생 최후의 2주 휴식기간이(퇴근 후) 끝나가고 있다.

오늘 외래에 어느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환이 내원해서 눈에 눈물을 보이더라...

사실 타인 입장에서(진료보는 의사 입장이지만) 이 환자의 호소는 크게 중한 증세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기침이 3개월 넘게 가고 최근 두통까지 동반되면서 주변 사람들도 만나기가 두렵다.. 더욱이 주말부부이고 아들 키우는 입장.

마지막 진료환자인 덕분에 그래도 '나가서 기다리세요'라는 말 보다는 차분히 얘기를 들어주는 쪽을 선택했다.

눈에 눈물까지 보일 땐 차라리 이 결정을 잘했다 싶었는데...

눈물이란. 참으로 묘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다.

어쩌면 20대 초반 감수성이 풍부한? 시기에 생각하는 것보다 지금 40을 바라보는 나이에 생각하는 것이 정말 왠지 둔해보이고 왠지 나자신의 사고능력의 쇠퇴를 반영하는 것 같지만,

눈물이란 참 순간 그것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상대방의 진심어린 아픔의 정도를 거의 폭력적으로 받아들이게 됨과 동시에 나 자신의 생활태도를 다시한번 되돌아보게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의사라는 것이 무엇인가... 특히 나같은 의전출신 의사에게는 더더욱 이런 마치 옛날 제사장이나 하던 역할을 할 자격이 없지 않나..

사람은 누구나 기대고 싶은 대상을 찾는 법이고 현대사회는 더더욱 그런 대상에 대한 불신과 이로인한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것이 아닌가...

무너질 것 같다 무너질 것 같다라고 자꾸 나 자신을 되내이는 것은 오히려 당분간 절대 무너질 일은 없을 것이라는 긍정적 신호로 봐야하는 것인가...

the end

[2020/06/1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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